[암호화폐 컨센서스]좋은 암호화폐 발행 프로토콜의 조건

입력
기사원문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암호화폐 발행 권한의 분산화 너머 인센티브의 분산으로
법정화폐와 다른 특성 고려, 가치 안정 방안 설계 해야
윤석구 소브린월렛네트워크 대표

[서울경제 디센터] 비트코인으로 촉발된 암호화폐는 크게 두 가지의 큰 줄기로 이뤄진 기술입니다. 바로 화폐발행 프로토콜과 지불증명 프로토콜입니다. 처음 사토시 나카모토의 비트코인 논문을 읽을 당시를 떠올려 보면 이 두가지 기술 가운데 화폐발행 프로토콜 부분이 개인적으로 더 흥미로웠습니다. 이전의 전자화폐 연구에서는 전자화폐의 이중지불 방지에 대한 연구는 많이 연구 되어 있었지만 화폐발행에 대한 연구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암호화폐 발행 프로토콜은 해당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지속가능성을 지니는지, 네트워크 참여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요건입니다. 돌려 말하면 암호화폐가 시장에 안착하고 하나의 자체적인 경제 생태계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과연 이 암호화폐가 시장에서 가치를 이어 수 있는지, 또 소수에게 화폐 발행의 이득이 집중되지는 않는지를 고려하고 프로토콜 설계에 반영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가치 안정화를 위한 설계는 암호화폐가 태생적으로 법정화폐와는 다른 구조로 발행되기 때문에필요합니다. 비트코인 블록체인을 예로 들면 각 블록에는 코인베이스(Coinbase) 거래라고 불리우는 화폐발행 기록이 담겨 있습니다. 모든 화폐발행의 기준점이 되는 최초의 장부인 제네시스(Genesis) 블록은 오픈 소스 형태로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하는 형식을 취해서 위변조를 방지합니다. 특정 내용에 대한 위변조 방지 기술인 해쉬 암호 기술을 적용해 두번째 블록, 즉 분산 장부의 2번째 자료를 첫번째 기준자료인 제네시스 블록과 연결해서 체인처럼 연결된 화폐발행 장부를 완성합니다. 여기서 각 블록을 생성하는 장부 작성 노드들이 화폐발행권을 갖게됩니다.

이 방식은 일반적인 법정화폐(불태환 화폐)의 화폐 발행과 비교할 때 두가지 관점에서 상이합니다. 첫째, 바로 발행 주체가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도록 분산화돼 있다는 점입니다. 법정화폐의 경우 중앙은행과 일반 상업은행이 발행의 주체가 됩니다. 암호화폐의 경우 화폐경제 시스템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주체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화폐를 발행합니다.

두번째, 실제 발행되는 화폐의 양과 유통되는 화폐의 양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법정화폐의 경우 중앙은행에서 은행권 지폐인 현물화폐 형태로 일부가 발행이 된 이후에, 실제 시중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화폐는 은행의 지급 준비율이라는 마법을 통해 신용창출 형태로 통화승수가 증폭된 실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화폐 형태로 발행됩니다. 이 말은 시중에 유통되는 화폐의 일부만이 실제 발행된 화폐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만약 은행의 지급 준비율이 10%고, 중앙은행이 100억원의 실제 화폐를 찍어냈다고 가정해봅시다. 100억원의 실제 화폐 가운데 은행이 50억원을 받아 지급준비율로 넣어두면, 은행은 총 500억원을 시중에 대출 형태로 풀 수 있습니다. 결국 100억원의 실제화폐를 찍어냈지만 시중에 도는 돈은 550억원이 되는 셈입니다. 500억원은 신용화폐, 50억원이 실제 화폐입니다.

이는 지급 준비율 변경을 통한 통화량 조절을 용이하게 합니다. 지급 준비율을 높인다면 시중에 도는 화폐의 양을 줄일 수 있고, 반대로 지급 준비율을 낮추면 더많은 돈을 풀 수 있게 됩니다. 이에 반해 암호화폐는 대부분 100% 실제 발행된 실물화폐입니다. 따라서 암호화폐에 있어서 통화량 조절을 통한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이미 발행된 화폐의 소각 또는 회수에 대한 프로토콜이 화폐발행 프로토콜과 함께 만들어져야 합니다.

법적으로 강제로 가치를 부여 했지만 암묵적으로 해당 국가의 미래의 세금수입과 보유한 영토, 인적자원 등이 가치를 보장하는 법정화폐에 비해 법적인 보장이나 계약에 근거하지 않은 암호화폐의 경우 적정가치를 보장할 수 있는 규칙이 화폐발행 프로토콜에 내장돼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코인투자자들의 기대치와 투자수요에 따라 화폐가치가 급변하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를 예를 들면 암호화폐 거래소의 수익이 자체 발행 화폐인 BNB코인의 가치를 어느정도 보장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만약 바이낸스가 BNB코인을 너무 많이 발행하게되면 각 코인당 가치는 떨어지게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암호화폐 발행에 따른 인센티브를 골고루 나눠가지는 것은 또다른 문제 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암호화폐 프로젝트들이 화폐발행을 통한 독점적 이익을 설립자들과 소수의 시스템 운영자들에게만 나누어 왔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확장성이 없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최종 사용자까지 화폐를 발행하는 스티밋(Steemit)이 가장 다양한 형태로 화폐발행을 통한 인센티브가 분산돼 있습니다.

필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도 이같은 자가주권 경제(Self-Sovereign Finance)입니다. 블록체인으로 암호화폐 발행 권한이 분산되는 것 만으로는 더 나은 생태계를 만들었다고 주장하기는 부족합니다. 제대로 된 블록체인 생태계일수록 사용자와 기업가, 운영자가 분리 되지 않는 탈중앙화 조직이 확산 될 것입니다. 이같은 조직환경에서 소수의 특정인이 인센티브를 독식한다면 탈중앙화는 구호에 불과할 것으로 보입니다. 탈중앙화 조직 시대에는 인센티브 또한 탈중앙화돼야 합니다. 자가주권 경제에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탈중앙화되고 가치가 안정된, 그렇지만 참여하는 커뮤니티의 고도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가치가 상승하는 화폐 발행 프로토콜이 적용되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
/윤석구 소브린월렛 네트워크 대표

◇윤석구 대표는

KAIST 전자공학 학사, USC 전산과학 석사, 분산 OS 전공. 보안 기술과 프로그래밍 기술 전문가다. 초기 암호화폐 기술 개발에 참여했고 삼성그룹 미래기술실 근무당시 암호화폐 기술을 소개했다. 현재 3세대 보안 채팅 기술과 앱의 자가 보호 기술을 응용한 암호화폐 전자지갑과 탈중앙화 거래 시스템인 소브린월렛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오피니언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